바야흐로 산하 레이블의 시대다. 한국에 설립된 여러 산하 레이블들은 모회사와는 다른 색깔을 선보임은 물론, 타 레이블과도 차별점을 두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미 앰비션 뮤직(AMBITION MUSIK), 하이어 뮤직(H1GHR MUSIC), 블랙 레이블(THE BLACK LABEL), 하이그라운드(HIGHGRND) 등 여러 산하 레이블이 나름의 주기성을 띄고 소속 아티스트의 앨범을 발표하며 레이블의 색채를 구축해가는 중이다. 저스트 뮤직(Just Music)의 스윙스(Swings)가 설립한 인디고뮤직(Indigo Music)은 몇몇 측면에서 어떻게 보면 후발 주자에 가깝다. 앞서 언급한 산하 레이블과 비교하여 시기적으로 조금 뒷편에서 시작했고, 영비(Young B, 양홍원)와 키드밀리(Kid Milli)를 영입했지만, 그만큼 아직까지 큼지막한 결과물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저스디스(Justhis)를 영입하고, 방송과 앨범 발매를 이어가며 인디고뮤직은 일종의 대형을 갖추는 동시에 팬들의 이목을 한 번 더 집중시키고 있다. 스윙스가 고른 세 명의 래퍼는 각각 어떤 이유가 있었을지, 힙합엘이가 살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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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비

 

본통(Borntong)이라는 랩 네임으로 커리어를 시작한 영비의 이름이 대중에게 각인된 순간은 단연 <쇼미더머니 4>. 그의 탄탄한 발성과 특유의 튕기는 발음은 심사위원은 물론 대중의 시선까지 사로잡았다. 그의 강점은 시간이 흐르며 더욱 뚜렷해졌다. <고등래퍼> 우승, <쇼미더머니 6>에서의 활약은 이에 대한 방증이다. 앞서 언급한 장점 외에도 영비의 음악에는 주목할 점이 존재한다. 첫 번째로 그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할 줄 안다. “17 (17 Remix)” “Rhyme Travel”에서는 어린 래퍼만이 선보일 수 있는 패기 넘치는 자기 과시와 성공에 대한 갈망을 노래한다. 그런가 하면, 지도 “Better Man”에서는 반대 선상에서 나름의 자기 성찰과 진정성을 전달하고자 한다. 둘의 중간 지점인 아침에는 비유를 통한 독특한 표현이 두드러진다. 두 번째 지점은 장르 이해도와 소화력이다. 그는 “Y.O.U.N.G.B”에서 지훵크에 어울리는 훅을 선보일 줄도 알고, <고등래퍼>에서 발표한 “Bunzi”에서는 기리보이(Giriboy)가 만들어낸 퓨처 사운드에 어울리는 플로우를 선보이며 호평받기도 했다<쇼미더머니 6>에서 지코(Zico)가 말한 것처럼, 그는 이러한 강점들을 바탕으로 10대를 대표하는 일종의 아이콘이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인디고뮤직의 일원이 된 영비. 10대들의 아이콘, 인디고뮤직, 이 두 가지 키워드처럼 영비의 현재를 잘 보여주는 말도 없을 것이다.


♬ 영비 -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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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드밀리


모두가 저스트 뮤직의 새 멤버가 될 거라 점쳤던 키드밀리(Kid Milli)가 왜 인디고뮤직에 합류하게 되었을까 궁금하다면 그가 1년 사이 발표한 두 장의 EP를 살펴보자. [Maiden Voyage]는 비록 키스 에이프(Keith Ape)가 조금씩 떠오르는 음반이었지만, 아니메 서브컬처에서 비롯한 일본을 향한 애정, 의도적으로 2% 정도 나사 빠진 가사 내용, 박자 감각 등 그만의 색채와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던 점에서 긍정적이었다. [Maiden Voyage ll]는 전작의 긍정적인 면모는 유지하되, 특정 부분에서 발전을 꾀했다. 그는 여전히 일본을 향한 애정을 드러내고, 본인이 속된 말로 ‘오타쿠’임을 부정하지 않는다. 이러한 속성에 맞춰 음반의 참여진 또한 한국힙합 커뮤니티에서 나름 독특한 음악가들을 섭외한다. 전작과 가장 다른 점은 키드밀리만의 랩 스타일이 무엇인지 이제는 모두가 알 수 있을 거란 것. [Maiden Voyage ll] 속 키드밀리는 곡의 리듬 구성에 최대한 맞는 강세와 음절 수 등, 모든 부분에서 훨씬 유려해졌다. 프로덕션 역시 꾸준히 함께해온 사운드클라우드 음악가들과 함께했지만, 결로 따졌을 때 훨씬 정돈된 모습이다. 스윙스가 인디고뮤직의 설립 이유에 관하여 “새로운 얼굴을 키울 수 있는 레이블을 만들고 싶었다”라고 밝혔단 점을 생각해보면, 키드밀리는 의도에 가장 부합하는 ‘인디고 차일드’라고 할 수 있겠다.


♬ 키드밀리 -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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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디스

 

저스디스가 지금의 한국힙합 씬에서 뜨거운 인물 중 한 명임은 분명하다. 그가 오랜 인디펜던트 생활을 마감하고 레이블에 들어간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게시판에 한동안 <쇼미더머니>가 아닌 저스디스의 이야기가 가득했단 점만 봐도 그렇다. 그가 힙합 팬의 관심을 한몸에 받는 이유로는 우선 탁월한 랩 퍼포먼스를 들 수 있다. 믹스테입 [Money Vs. Love: Dream], 정규 앨범 [2 MANY HOMES 4 1 KID]에서 약간 어그러뜨린 목소리와 특유의 발음과 인토네이션이 결합한 유려한 플로우는 <MIC SWAGGER>를 비롯하여 여러 라이브 영상에서도 빛났다. 그렇다고 그가 단순히 랩만 잘해서 지금의 관심을 얻은 건 아니다. 저스디스는 자신의 정규 앨범과 피처링으로 참여한 곡들을 통해 미디어와 자본으로 대표되는 권력과 시스템에 대척하는 개인을 부각했다. 또, 음원 차트에 연연하지 않고 작품성 있는 앨범을 발매하는 동시에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강한 에고(Ego)를 드러내왔다. 이를 통해 그는 많은 한국힙합 팬에게 자신의 행보를 설득할 수 있었으며, 기존 아티스트와 다른 캐릭터를 공고히 할 수 있었다. 인디고뮤직이라는 회사에 들어가자 우려의 반응이 나왔던 것 역시 그의 캐릭터에 몰입한 힙합 팬들의 반발감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7INTERVIEW>를 통해 일을 할 사람이 필요해 인디고뮤직과의 계약하게 되었으며, 여전히 자신의 음악은 자신이 만들어 갈 것을 분명히 밝혔다. 이제 인디고뮤직에서 더 멋져질 일만 남았다.


♬ 저스디스 - Welome to My HOME (Remix)



글 ㅣ Loner , GDB(심은보), Geda

이미지 ㅣ ATO


★ 출처 - 흑인음악 매거진 '힙합엘이' ( http://HiphopLE.com ) (복사 시 출처를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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